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‘단군기원’, 즉 단기를 국가 공식 연호로 법제화한 것, 이듬해 양력 10월 3일을 국경일로 정한 것, ‘홍익인간’을 교육의 공식 이념으로 채택한 것 등은 이런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. 훗날 대종교 총전교(최고지도자)를 지낸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 박사의 역할도 컸다. 실존 여부를 알 수 없는 중국 요임금의 개국 연도를 근거로 추정한 ‘기원전 2333년’이라는 단국의 개국 연대나 개국일이 정확하다고 보긴 어렵다. 하지만 단군사상이 국가적 위기극복의 매개체, 민족공동체 의식의 상징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.
다민족, 다인종이 뒤섞여 사는 글로벌 시대에 민족국가의 기원이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다. 그러나 5000년 전부터 상생과 조화의 홍익인간 사상이 이 땅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앞으로도 널리 기리고 알려야 하지 않을까. 그런 점에서 개천절을 대하는 요즘의 세태는 아쉽기 짝이 없다. 대통령의 개천절 경축식 참석이나 경축사가 사라진 지 오래다. 아이들은 물론 30~40대 중에도 ‘우리가 물이라면 새암(샘)이 있고/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’로 시작하는 개천절 노래를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다.
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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